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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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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Short Ver. 촬영 김선교 편집 김선교 밥줄 # 2. 가방집 김정명 할아버지 “내 한이 이 가방 속에 있는지도 몰라. 어떤 때는 내 몸이 이 가방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세상이 싫을 때는 이 가방 속에 들어가고 싶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이걸 열고 나오고 싶고… 뭐 그런 마음이 있어요.” 이북에서 피란 나와 힘든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베트남 참전을 하고 돌아와 영등포 시장에서 가방 장사를 시작했다. 십 수 명의 직원을 두고 가게를 세 곳이나 운영하다가 12억 부도를 내고 결국 파산했다. 사업이 망한 것과 동시에 결혼도 깨졌다. “이거는 끝난 거예요 갑자기 왜 업이 총체적으로 망하느냐 하면 그때 많은 외국 상표가 한국으로 상륙을 했어요. 우리나라 상표는 거지가 돼 버린 거야. 농구면 농구 야구면 야구 축구면 ..
밥줄 teaser 촬영 김선교 편집 김선교 밥줄 # 1. 맞춤수선 양추자 할머니 “아니, 멀쩡한 여자가 왜 뜯어진 옷을 입고 다녀.” 어깨가 뜯어져 붉은 실로 엉성하게 꿰맨 내 셔츠를 보고 할머니는 혀를 찼다. 할머니가 건네 주신 카디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의 카키색 셔츠를 할머니에게 드렸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얼른 벗으라고 성화셔서 하는 수 없었다. 붉은 색 실이 뜯어질 때까지 입고 버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버릴 수 없는 옷이 됐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보니 수선집들이 보였고 골목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미닫이문 옆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가 보였고 마침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미닫이 문 너머에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거기에 앉아 계셨다.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다. 주로 돌아다녔고 가끔 녹화 버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