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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of song

밥줄 teaser

촬영 김선교

편집 김선교

 

 

 

 

 

 

 

밥줄  

  # 1. 맞춤수선 양추자 할머니

 

“아니, 멀쩡한 여자가 왜 뜯어진 옷을 입고 다녀.”

 

어깨가 뜯어져 붉은 실로 엉성하게 꿰맨 내 셔츠를 보고 할머니는 혀를 찼다.

할머니가 건네 주신 카디건으로 몸을 가리고 나의 카키색 셔츠를 할머니에게 드렸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얼른 벗으라고 성화셔서 하는 수 없었다.

붉은 색 실이 뜯어질 때까지 입고 버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버릴 수 없는 옷이 됐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보니 수선집들이 보였고

골목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미닫이문 옆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가 보였고

마침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미닫이 문 너머에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거기에 앉아 계셨다.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다.

주로 돌아다녔고 가끔 녹화 버튼을 눌렀다.

사방으로 나를 주시하는 눈들이 촬영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손님도 없는데 가뜩이나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마음이 쪼그라들면 미닫이 문 너머의 할머니에게로 발길을 돌렸고

기척없이 문 너머에서 할머니를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래켜 드렸다.

할머니도 나도 그냥 막 웃었다.  

 

촬영도 끝나고 편집도 끝났다.

끝났는데 안 끝났다.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의 두 평 남짓한 작업실이 보이고 작업대 서랍에서 꺼낸 할머니의 조그만 사진첩이 보인다.

그리고 사진 속의 소녀 양추자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고개를 들면 양추자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소녀와 할머니 사이에 내가 있다.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수선집들이 보였고

두리번거리다보니 플라스틱 의자가 보였고

미닫이 문 너머에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나는 미닫이문을 열고 문지방을 넘어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  

 

 

 

 

 

 

 

 

 

 

 

 

2020 이야기청 프로젝트
노인의 삶에 예술로 공감하는 이야기집
활동공유회 '사사이람'

 

2020년 11월 4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시민청갤러리

사전 예약제 전시 관람
신청 링크 http://url.kr/MmHA9F

 

 참여예술가
강철, 고미랑, 공하성, 김선교, 김신혜, 김윤정, 김준서, 김찬우, 김태희, 남정근, 동그랑, 박상현,

박일석, 백세미, 서인혜, 성효주, 신동혁, 양윤희, 우희서, 유은정, 육끼, 윤희경, 이려진, 이주원,

장은실, 장효강, 정지선, 정찬민, 조은별, 조혜영, 진저, 채병연, 채수진, 하동국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선잠52 '이야기청(聽)'
 후원  성북문화재단, 송파문화재단, 영등포문화재단
 협력  돌곶이생활예술문화센터, 사회적협동조합 가가호호돌봄센터,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돌봄,

서울문화재단, 성북정보도서관, 송파시니어클럽, 아리랑도서관, 영등포구노인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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