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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of song

새벽 기도









완주군 이서면 7월 4일 새벽하늘

양순 할매 새기도 드리러 가는 



















 완주로컬푸드 예술

 양양순 할머니 기록노트


 

새벽 네시, 알람이 울린다 

간단하게 입을 헹구고 얼굴을 씻는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사위가 고요하다 

할매의 조그만 몸에서 들려오는 

스륵스륵 사락사락 소록소록

움직임 소리만이 풍경을 에운다


마을회관 앞 마룻전에 걸터앉아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할매는 말이 없다 

천천히 어둠의 농도가 옅어진다 

조용히 건너오고 건너간다 

어린 공기의 움직임.


논두렁 사잇길로 승합차 한대가 굴러온다

할매가 웅크린 몸을 일으켜 몇 걸음 마중 나가는 사이에

알맞게도 차는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다 


골목길 사잇길 비탈길 곧은길 꼬부랑길을 지나

읍내를 돌고 돌면 시내로 이어지는 쭉 뻗은 도로와 만난다 

곡선의 풍경이 직선의 풍경으로 바뀐다 

할매는 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는다

할매 옆에서 나도 기도를 드리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반주음악이 뭔가를 방해한다

눈을 뜨고 할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살짝 열린 입과 힘 없이 풀어진 손, 가볍게 떨리는 눈꺼풀

할매는 주무시는 것 같다

할매의 왼쪽 손등 위에 내 손바닥을 가만히 대어본다

몸을 살짝 떨면서 동시에 눈꺼풀이 열린다

놀란 할매가 나를 보며 옅은 웃음을 짓는다


다시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는다

할매가 기도를 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아마도 

빛이 어둠을 다 몰아낸 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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